[박시한의원 기고] 노인성 수면장애 (Sleep Disorder in the Elderly, Senile Somnipathy)
안녕하세요 저는 노인대학에 다니는 72세 남성입니다. 오래전 현역에서 은퇴하였지만 건강은 아직 양호한 편입니다. 요즘 저의 고민은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말해, 너무 일찍 잠에서 깨어 아무리 노력해도 다시 잠을 들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3년전 아내와 사별하고 현재 아들 내외와 생활하고 있는데, 아마 아내를 잃고 난 이후부터 불면증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11시쯤 취침하면 거의 습관적으로 새벽 3시쯤 잠에서 깨어 거의 이른 아침까지 뒤척이곤 합니다. 한동안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에 의존해봤지만, 다음날 심한 두통과 입마름 증상, 멍한 정신상태 등가 이어져 더 이상 복용할수 없습니다.
저는 특히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며, 허리와 무릎이 시려워 여름에도 두꺼운 이불을 덮을 정도 입니다. 가끔 머리도 어지러우며 입은 건조해 늘 냉수로 입을 적시곤 합니다. 요즘 혓바늘이나 입속이 허는 경우도 자주 있읍니다.
혹시 운동이라도 하면 피곤해서 잠이 올까 운동해봤지만, 오히려 정신만 더 또렷해지고 눈은 따가운데 잠은 도무지 이룰수가 없습니다. 아내가 떠난지도 이미 수삼년이니 만일 아내로 인한 불면증이라면 이젠 해방될 때도 됐으련만, 아직도 이런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니 괴롭습니다.
불면증의 분류는 3가지이다. 첫번째가 잠들기 어려운 경우인데, 눕기만 하면 눈이 또렷해지고 더욱 정신이 맑아지는 경우다. 두번째는 수면은 취하는데 도무지 수면의 질이 좋지 못하다. 자는둥 마는둥 주위의 온갖 소리에 반응한다. 그나마 수면의 태반이 꿈이다. 때로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도 도무지 잔 것같지 않다. 낮에도 종일 피곤해서 업무나 일에 지장을 느낀다. 그리고 본인이 늘 수면결핍을 느껴 여가만 있으면 보충하려 든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가 한밤중 기상형이다. 새벽 2~3시, 혹은 3~4시만 되면 깬다. 보통 노인성 수면장애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스트레스나 정신적 불면도 바로 이 경우이다.
원래 불면은 태초에 인류가 맹수의 기습적 공격이나 자연재해로 말미암아 생존이 위협당할 때, 자기 개체보호를 위해 가동되는 자기보호적인 생명현상이다. 이것이 진화에 따라 퇴보하지 않고 그냥 인간의 몸에 남아 생긴 장애현상이라 한다.
위의 환자는 노인성 수면장애의 전형적 증상으로, 인체 황혼기에 접어든 기질적 불균형뿐만 아니라 심리적(우울)장애도 함께 겹친 경우이다. 특히 호르몬 대사와 교감신경항진이 주범으로 등장한다. 한방의학에서 말하는 음양불균형이다. 수면장애는 매우 완고하고 힘든 장애이다. 그래서 불면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 치료하는 것이라 했다.
가정에서 손쉽게 할수있는 처방은 대추차가 일등공신이다. 씨를 뺀 대추 약간, 계피와 감초 생강 약간을 2시간 정도 푹 달여서 차로 마시면 된다. 혈액을 보충해주고 신경을 안정시켜 특히 노인이나 불안한 수험생에게 그만이다.
둘째, 낮에 육체를 고달프게 해야 밤에 정신이 안정되고 잠을 잘수있다. 낮잠을 최대한 삼가고 피로하게 해야한다. 아울러 발을 늘 따뜻하게 보온하고 머리는 시원하게 해야 한다. 열받는 일을 최대한 삼가라는 뜻이다.
셋째, 퇴근후 20분 정도 따뜻한 물에 배꼽 부근까지 담그는 반신욕을 하자. 혈액순환과 노폐물을 제거하여 하초는 따뜻하게 오히려 머리는 시원하게 한다. 바로 우리 조상들이 즐겼던 ‘족난두량’(다리 따뜻, 머리시원)법의 현대적 실천법이다.
위의 환자는 인체 불균형을 해소하는 한방약물과 침 시술로 치료받고 현재 노인대학에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며 인생 황혼기를 즐기고 있다.
[아틀란타 중앙일보] 오피니언 2014.09.10 (수) 오후 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