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한의원 기고] 이명 (Tinnitus)
저는 45세 남성으로 자동차정비소 정비기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3년전부터 오른쪽 귀에서 이명이 들리고 있습니다. 처음 2개월은 정비소내 자동차 엔진소리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점차 조용한 곳이나 퇴근후에도 이명이 그치지 않아 귀에 이상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를 더욱 괴롭히는건 컨디션에 따라 귓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현상입니다. 꼭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소리가 반복됩니다. 하도 괴로워 친구에게 하소연 했드니 “너는 피서도 가지않고 파도소리를 들으니 얼마나 행복하냐”고 농담해서 너무 야속합니다. 귀 때문에 짜증이 나서 늘 마음이 편치않고, 사소한 일에도 까닭없이 화가 치밀어올라 전에 없이 고객과 다투는 일도 있습니다. 제 성격이 원래 급하고 과격하지만, 특히 고혈압이 생긴후 더욱 나빠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이비인후과 병원도 몇번 다녀봤는데, 한 병원에서는 “귓속 혈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약도 먹어봤고, 어떤 병에서는 “귀지가 많아도 울림현상이 발생할수 있다”고 해서 귀지도 파보았지만 귓소리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울어대고 있습니다. 요즘 피곤한 날은 이명이 더욱 심해지고 마음도 우울하여 밤잠도 이룰수 없습니다. 도대체 저의 귓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참고로 현재 고혈압 약을 먹고 있으며 가끔 머리가 어지러울 때도 있습니다.
우리말에는 ‘간이 배 밖에 나왔다’ ‘간이 부었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등 간과 관련한 표현이 여럿 있다. 우리 몸의 오장육부 가운데 간은 뻗어가는 나무의 기운을 닮았다 하여 한의학에서는 간을 나무(木)로 상징한다.
따라서 나무(간)의 기운이 왕성하여야 신체적으로도 에너지가 충만하고, 정신적으로도 매사에 자신감을 갖는다. 여담이지만 한국 경제계의 재벌들 태반이 동양의학적 장부기능의 허실로 볼때 간의 기능이 왕성한 사람이 많다는 것도 우연만은 아니다. 그러나 만일 간이 부어 배밖까지 나올 정도가 되면, 얼마나 간의 기능이 왕성해서 이 지경에 이르겠는가. ‘간이 부었다’는 행동의 무모함과 감정의 화급함을 일컫는 비유다.
위의 환자는 신체 오장육부중 간과 쓸개의 기능이 타 장기에 비해 지나치게 왕성해 생긴 스트레스성 이명이다. 현대인 이명의 주된 원인이며, 특징은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이명은 주관적 이명으로써 환자 자신만이 소리를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병원검사로써 발병원인을 잡아내기란 대단히 어렵다.
한방의학에서는 환자의 체질에 따라 인체 오장육부의 거의 모든 장기가 이명의 주범으로 등장한다. 그 가운데 체력저하에 따른 인체 면역기능결핍에 의한 경우와, 위의 환자처럼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특별한 귓속 외상이 없는 기능성일 경우이다.
미국인들은 특별히 이명 환자가 많다. 거의 인구 4분의 1이 이명으로 병원을 찾았던 적이 있다고 대답했으며, 이중 스무명에 한명꼴로 우울, 불면, 심지어는 자살까지 생각한적이 있을 정도로 이명의 폐해가 크다. 미뤄보건대 바로 간과 쓸개의 항진으로 인한 스트레스일 것이다.
한방적으로 이명에 유익한 음식습관이 있다. 첫째, 짠 음식을 멀리해야 하며, 둘째, 지나친 수분 섭취를 억제해야 한다. 아울러 항시 몸을 따뜻하게 보온하여 몸의 체온이 식지 않토록 해야한다. 저항력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혈관의 수축을 막고 몸의 신진대사를 개선하며 저항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이명의 예방과 치료의 기본이다. 또한 이것들이 우리 몸을 항시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핵심이기도 하다.
위의 환자는 간과 쓸개를 어루만지는 약물과 섭생을 꾸준히 실천하여 지금은 귀에서 나는 자동차 엔진소리에서 해방되었다.
[아틀란타 중앙일보] 오피니언 2014.09.03 (수) 오후 4:35